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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중에서도 즐겨보는 만화는 단연코 원피스다. 최근 상디와 빅맘 에피소드인 토트랜드편이 상당히 실망스러운 전개를 보였기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최고의 만화다. 듣자 하니 꾸준히 방영중인 TV 애니메이션(TVA)으로도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TVA는 방영 초기 하늘섬편을 가끔씩 본 게 전부고 전편을 보기엔 너무 많은 데다가 퀄리티도 만족못할 것 같고, 내용을 다 알고 있기도 하니 건너뛰어버렸다. 우연히 구글 무비에서 발견한 원피스 극장판 1기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길래 냅다 충동 구매해버렸다. 무려 극장판이니까.

 

대학 중간부터 때려치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분명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던 주제에 거의 3-4년만에 애니메이션을 봤다. 더욱이 원피스라는 작품을 극장판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름 떠들썩했던 스트롱월드, 필름 Z, 필름 골드의 시놉시스는 대략 알고만 있었지, 감상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 보게 된 극장판 1기의 부제는 '황금의 대해적 우난'.

2000년에 개봉했으며 러닝 타임도 약 51분으로 애니메이션 극장판 영화치곤 짧은 편이다. 이야기는 우솝이 합류한 직후, 상디를 만나기 전 시점에서 전개된다. 밀짚모자 일당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쵸파를 비롯해 상디, 로빈, 브룩같이 익숙해진 캐릭터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다소 심심했지만 개봉 시기상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고.

전체적인 색감이나 분위기도 TVA 초기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웬지 모르게 그리운 추억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극장판치고는 기대 이하의 스토리였던 터라 일차로 실망했고 전개 과정에서 2차로 실망했다. 본작이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는 매우 정직하고도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만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우난은 죽어있었다는 뻔한 흐름은 대부분 예측했을 것이다. 우난의 보물은 지하에 있는데 바로 위에서 땅이 부서질 정도로 치고 박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황금을 모으기 위해 모험을 했지만 막상 손에 넣고 나니 황금보다 그를 위한 대모험과 우정이 더 값진 것이었다는 보물을 얻고 죽어간 우난과 과거 그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맛있는 오뎅을 만들기 위한 긍지에 한평생을 쏟은 간조. 

하찮아보일 수 있지만 긍지를 잊지 않은 오뎅장수와 그 친구가 남겨준 최고의 보물을 가슴에 안은 채 후회없는 인생을 마무리한 대해적의 환영이 마주보는 장면은 본 극장판 최고 명장면이다. 

 

다만 밝혀진 사연없이 황금만 쫓는 삼류 악당 엘드라고와 그를 따르는 호전적인 검객 고라스는 이야기에서 겉도는 느낌이랄까.

물론 초기 극장판이기도 하고 이후로 점점 나아지는 퀄리티를 보여준 원피스 극장판이지만 그저 TVA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어 개봉한 결과물이 되어버렸으니 원. 악당들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심도있게 다뤘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해적 우난의 현상금은 공식 설정으로 6000만 베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