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그릿사 밀레니엄 (1999)
랑그릿사 밀레니엄은 1999년 드림캐스트로 발매된 전략 시뮬레이션 RPG입니다.
2015년 발매된 랑그릿사 RE와 더불어 최악의 랑그릿사로 손꼽히는 게임이죠.
인지도가 높았던 기존의 우루하라시 사토리가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로 교체되면서 팬들은 탄식했습니다만,
새로운 일러스트 퀄리티는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구현한 인게임 그래픽이었습니다.
게임 자체에서 크게 혹평을 받았고 말 많았던 랑그릿사 5 이후로 기존의 위상이 추락해버린 랑그릿사 시리즈는 드림캐스트로 랑그릿사 밀레니엄을 발매했지만 최악의 자충수가 되어버렸지요.
기존 스토리도 전부 완결된 상황에서 설정까지 바꿔가는 등 무리하면서 시리즈를 존속시키려 한 결과는 최악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큰 지적을 받았던 부분은 기존의 정통적인 SRPG 형태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삼국지나 스펙트럴 포스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땅따먹기 요소를 가져오고 거기에 RPG 요소를 추가한 듯한 게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만 재밌으면 수많은 비판은 피해 갈 수 있었겠지요.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서로 다른 적대 세력의 군주인 다섯 명의 주인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려한 일러스트와 전장에 나서기까지의 제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군주의 오프닝 스토리는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줍니다. 그러나 인게임 내의 3D 폴리곤 인형을 목격하는 순간 고스란히 실망으로 바뀌게 됩니다.
기존 랑그릿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 내정 시스템
게임 자체의 장르는 전략 시뮬레이션답게 내정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도시 정보를 비롯한 세력 분포도, 탐색, 편성 등 다양한 명령을 실행할 수 있으며 점령해놓은 각 도시에서 주기적으로 군자금이 들어오게 됩니다.
내정 커맨드 중 핵심 커맨드는 단연코 탐색입니다.
슬하의 신검사(전투에 나서는 캐릭터) 한 명으로 하여금 아이템, 정보, 재야의 신검사를 찾게 하는 기능으로, 이벤트 발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가능한 한 수시로 해줘야 하죠. 다소 귀찮음이 따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군주를 제외한 신검사는 해고가 가능하며 각 신검사와의 회화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포상으로 무언가를 쥐어주면 충성도가 오릅니다. 충성도가 낮은 녀석들은 배신하기도 합니다만 그래 봤자 주인공에 비하면 벼룩 수준이니 가볍게 밟아주면 됩니다. 정말 아끼는 동료들의 충성도만 잘 관리해주면 아무런 지장 없으니 크게 영향받는 부분은 아닙니다.
기본에는 다소 충실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게임 특징에 맞는 독창적인 커맨드가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독특한 리얼타임 전투
내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게임은 전투를 통해서 땅을 점령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전투는 기존 랑그릿사와는 달리 최대 4:4 방식의 대전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는 부대장을 조종하면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죠.
각 신검사들은 고유의 포메이션, 신검기라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으며 제각기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속성은 전투 지형에 영향을 주지만 체감상 영향력은 미비한 정도입니다.
포메이션은 전투 시작 전에 선택 가능하며 캐릭터들의 이동 방향을 지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불리한 상황에 처한 동료는 명령 커맨드로 이동 방향을 바꿀 수 있으니 전황에 따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죠.
간혹 강한 네임드 적과 조우하게 정 불리하면 후퇴 커맨드로 물러나면 됩니다.
특이하게도 전투 도중에 적을 1회 아군으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면 바로 전선에서 이탈하니 하나하나 상대하기 귀찮으면 사용하기 딱 좋은 기능입니다. 물론 설득 가능한 캐릭터는 죄다 일반 신검사들 뿐이지만요.
네임드 캐릭터도 설득 시도는 가능하지만 매정한 거절 멘트만 볼 수 있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적 부대의 신검사를 포로로 생포하는 것도 가능하고 동료로 만들 수도 있으며 놓아줄 수도 있습니다.
강대한 세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탐색이 필수
국가를 멸망시키는 등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때 타이밍을 맞춰 특정 도시를 방문하면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주요 네임드 신검사를 동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캐릭터를 특정 지역으로 보내는 등의 정해진 조건을 맞춰야 발생하는 이벤트도 있으며 여러 자잘한 이벤트를 통해 주인공 일부는 물론이고 선택할 수 없는 제3의 국가들의 캐릭터, 용병들도 동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주인공중 하나인 사륜의 라이벌 적대세력인 비라드의 바제라드는 사륜 루트 초반에 잠깐 써볼 수는 있지만 이후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동료로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초반에 사륜을 배신하기 전 한두 번 사용 가능한 것이 전부인데 상당히 강하거든요.
또한 게임 중간에 조건을 맞추면 라이브러스라는 조직과 싸울 기회가 생기는데 그들을 쓰러뜨리면 그들 중 한 명을 동료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 루크만, 루테미아, 라토스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은 주인공에 따라 다르게 등장합니다. 평상시 이벤트로는 결코 아군이 되지 않는 그라프, 로사라는 신검사도 이 이벤트를 통해 동료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바제라드를 제외한 대부분 캐릭터를 동료로 사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간략해진 엔딩 조건 그리고 울스라그나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이 단순한 점령지를 늘리는 단순 행위를 넘어 진엔딩이 존재합니다.
단순하게 진엔딩을 보기 위한 이 게임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일행의 앞에 갑자기 빛의 모임이라는 3인방이 나타나 위협을 가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는 주인공.
이후로 어느 루트에서건 나타나는 등에 정체모를 검을 지닌 울스라그나라는 캐릭터를 동료로 만들어 울스라그나를 쫓는 라토스를 쓰러뜨리면 라이브러스라는 조직이 나타나 주인공 파티를 하늘의 부유성이라는 곳으로 인도한다.
최후의 시련이랍시고 한바탕 전투를 치르며 승리하면 빛의 모임이 가지고 있었던 가짜 랑그릿사에서 진 최종 보스가 나타나고, 울스라그나가 가진 검이 진짜 랑그릿사라는 진실이 밝혀진다.
여기서 울스라그나를 데리고 승리하면 굿 엔딩, 패배하면 배드 엔딩.
랑그릿사 전통의 히로인 분기는 찾아볼 수 없고 상술한 바와 같이 두 가지 엔딩뿐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의 핵심으로 울스라그나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처음에 보면 그저 의미심장한 말만 내뱉는 네임드 이하로만 생각되지, 이 캐릭터가 이야기의 핵심이란 정보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나마 울스라그나가 있던 기자라는 도시는 스토리 진전을 위한 주요 이벤트 발생지라서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울스라그나를 동료로 얻었다고 된 것이 아니라 최종전 파티에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이야 모든 이벤트에 대한 공략이 나왔으니까 망정이지, 몰랐으면 헤맸을 수도 있겠네요.
실상 어떤 주인공을 선택한들 노선이 파티 구성과 세부적인 스토리만 살짝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진주인공은 전 캐릭터 공동으로 등장하는 울스라그나가 아닐까 싶어요.
엔딩을 보게 되면 최종전 파티 중 주인공을 제외한 동료들의 후일담도 볼 수 있습니다.
PC 한국어판의 문제점
문제의 한국 PC판에는 삭제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그 부분을 중점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PC판에서는 그저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에 따라서 엔딩이 갈립니다.
울스라그나 관련 이벤트를 포함한 스토리 관련 이벤트는 물론이고 서브 이벤트마저 대부분 삭제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덕분에 플레이어가 의도를 가지고 동료로 할 수 있는 네임드 신검사는 극히 일부입니다.
당연히 라이브러스 멤버는 등장하지도 않고 당연히 동료로 만들 방법도 없어진 거죠.
등용 이벤트도 같이 삭제되는 바람에 어느 순간 전혀 연관점이 없는 캐릭터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아군, 적군에 합류해있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내정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것은 편성, 출격뿐입니다. 전쟁광도 아니고..
각 점령지는 HP 회복 장소로 전락했고 탐색할 필요 없이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양산 신검사 영입 소식이 나타납니다.
전투도 포메이션, 설득 기능도 없고 상술했다시피 퇴각 기능도 없어서 전투가 발생하면 무조건 쓰러뜨리거나 패배하거나 결판이 나야 하죠.
울스라그나 파티 참여 여부에 상관없이 최종전은 진엔딩 루트로 진행됩니다.
페이크 최종 보스인 빛의 모임 3인방을 쓰러뜨리면 진 최종 보스인 이샤벨이 나타나는데 쓰러뜨리면 엔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함정이 있습니다. 원판은 오히려 쉬운 정도였는데 PC판은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아서 일반적으로 진행할 시에 굿 엔딩을 볼 확률이 낮다는 거죠.
PC판은 거론한 부분 이외에도 걸고넘어질 것 투성인 문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설픈 면이 많지만 랑그릿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플레이하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스토리 플롯은 비슷하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은 각자 튀는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사륜은 다소 여성스럽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복수의 화신 같은 느낌이어서 즐겨본 사람들에게는 나름 인지도를 쌓았죠.
캐릭터가 잘 뽑힌 만큼 개성을 더 살릴 수 있는 방향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주인공 외 캐릭터들도 배경 스토리를 더 드러냈으면 더 내실 있는 게임이 됐을 텐데요.
랑그릿사가 아니라 다른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면 먹을 욕도 덜 먹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인게임에서 제시해줘야 할 기본적인 부분마저 갖춰지지 않은 불친절한 게임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저는 괜찮게 즐겼습니다만, 굳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글판도 아니고요.
시간 날리지 마시고 더 재미있는 게임에 시간 투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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