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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을 마지막(코로나 전염으로 훈련 생략)으로 예비군도 향방 작계까지 마쳤으며 어느덧 7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서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제 터질게 터졌다는 생각이에요.

 

휴대폰을 사용 가능하게 한 것, 월급 조금이라도 더 오르고 있는 것 고무적인 부분인 것 같습니다.

좋은 간부들도 있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병사를 갈아 넣는 인간들이 더 많습니다.

오죽하면 병사들끼리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고 하겠습니까. 

 

저는 공군에 입대해서 격오지에서 근무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공군뿐만 아니라 군대라는 조직 특성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자 병폐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폐쇄성이지요.

 

제가 있던 시절에도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했었습니다.

구타, 탈영 등등 민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수두룩합니다. 공군도 이런데 규모가 더 커다란 육군은 얼마나 더 많을까요. 

 

제가 있던 곳, 적어도 복무 기간 중에는 커다란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다행이라고 봐야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군대라는 조직을 안 좋아하게 된 이유를 간단하게 남겨보고자 합니다.

생각보다 사소합니다. ㅎㅎ


환자 거들떠도 안보는 태만한 군의관

공군은 훈련소를 마치면 짧은 휴가를 줍니다.

그 뒤에 각자 훈련소에서 받은 특기에 맞춰 특기학교에 들어가서 다시 교육을 받게 되지요.

저는 방공포병 관련 특기가 걸리는 바람에 훈련단에 있는 대부분의 특기학교가 아니라 대구에 있는 방공포병학교로 들어가게 됐지요.

 

생활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어느 날 아침 구보를 뛰던 중 왼쪽 무릎이 발을 디딜 때마다 시큰하고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옆의 의무대에 가서 진료를 받았지만 군의관이라는 놈이 통증이 있다고 했는데 얼굴이나 아픈 부위나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진통제만 던져주더군요.

진통제를 먹었지만 통증은 미세하게 계속 됐고 결국 구보에서 열외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픈 다리로 강제로 뛰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다 나은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량이 이전보다 적어진 지금, 근육이 조금 빠지니까 왼쪽 무릎이 가만히 있어도 시큰시큰합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오래 걷다 보면 통증이 느껴집니다.

 

단순히 근육이 많이 빠져서 통증이 느껴지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오른쪽 다리는 너무나도 멀쩡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느낌이 다릅니다. 


진급에 눈먼 이기적인 간부들

두 번째, 제가 병장에 막 진급했을 즈음 부대에서 몇 년에 한 번 한다는 큰 훈련이 걸렸습니다.

 

더운 여름날에 한창 준비하던 중, 재수 없게 평생 한번 걸린 적 없던 결막염에 걸렸습니다. 당연히 저는 외진을 신청했죠.

그런데 안 보내주네요.

겉으로는 네가 빠지면 빈자리 대체할 사람이 없어서 안된다라는 소리를 내뱉었지만 그때 같은 특기인 선임이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갔습니다.

말이 됩니까? 전염되면 어쩌려고?

 

결국 저는 여름날에 결막염에 걸린 상태로 땀 뻘뻘 흘려가며 안약 없이 훈련을 진행해야 됐고 눈에도 땀이 들어가는 바람에 막말로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후 원래 좋지는 않았지만 시력이 더 감퇴되었죠.

덧붙여 안구건조증까지 와서 한동안 고생했고 지금도 살짝 건조증이 남아있습니다.

간부들은 당시 죄다 장기 복무, 진급이 걸린 상태였고 툭하면 입버릇으로 진급 타령을 했었더랬죠.

 

확증까진 아니지만 이전부터 간부들이 진급 욕심에 병사를 갈아 넣는다는 사례는 흔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더욱 큰 사고로 인한 피해자에 비해 상당히 사소한 이유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월급 10만원 시절에 이정도 불만이면 양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은 행태에 질려서 홧김에 끄적여봤습니다.